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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서울아산생명과학연구소, KISTI 등을 거치며 천연물 연구의 전문가가 된 양현옥 교수는 현재 세종대학교에서 새로운 도전을 펼치고 있다.

선조들이 오랫동안 사용해온 전통천연물 효능을 과학기술로 정확하고 신속히 규명해 치료제와 건강식품으로 개발하는데 주목한 과학자가 있다. 치매와 파킨슨병을 포함하는 퇴행성뇌질환부터 인지 개선, 운동기능 향상, 호흡기 질환 등등에 전통천연물을 접목해 다양한 성과를 내는 양현옥 세종대 스마트생명산업융합학과 교수다.

약학을 전공한 그는 수만 가지 전통천연물을 단시간에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서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반도의 토종 자생식물인 '제주상사화', 여러해살이풀 '배초향', 참빗 만드는 데 쓰여 이름 붙여진 '참빗살나무' 등 효능을 규명, 매년 연달아 굵직한 성과를 기업에 이전하고 있다.

개발한 시스템은 혼자서만 쓰지 않는다. 여러 연구자에게도 공유돼 아토피, 항 스트레스, 경증인지장애 개선 등 치료제 개발에 실마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는 왜 전통천연물에 주목했을까. 전통천연물에 매료돼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양 교수를 찾았다.

현대 질병 치료, 천연물에 주목하다

“과거 천연물 연구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어요. 투자가 없으니 전문가도 많이 양성되지 못했고요. 하지만 선조들이 오랫동안 써오며 효능을 확인한 천연물이 엉터리였다면 벌써 없어졌을 겁니다. 서양 과학적 방법에 의해 해석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생각했죠.”

양 교수는 학창시절 천연물에 대한 관심이 컸다. 하지만 그가 기억하는 80년대(양 교수가 한창 공부할 시기) 천연물은 연구 암흑기였다. 미국의 신약개발 흐름이 활성이 약한 천연물보다 분자생물학과 유기합성에 집중되면서 천연물 연구가 소외당했다. 미국의 퍼듀대학과 시카고 대학 등 천연물 연구에서 앞섰던 대학도 관련 연구를 중단하기 이르렀고, 천연물 연구는 약대에서만 그 명맥을 이어나가는 수준이 됐다.

양 교수는 “미국 연구 흐름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끼쳤다. 80년대 '유학 자유화'를 시작으로 많은 젊은이가 해외로 한꺼번에 유학을 많이 나갔었는데,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인 학생 및 연구자들도 자연스럽게 미국에서 연구비가 많이 지원되는 분야인 유기합성, 분자생물학 등의 연구에 매진하게 됐다”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양현옥 교수는 국내에서 천연물 연구가 소외받던 시절에도 꾸준한 공부와 연구를 통해 전문성을 쌓아왔다.

하지만 2000년대 초 미국의 한 유명한 신약개발 관련 잡지에서 분자생물학과 유기합성만으로는 신약개발이 어려우므로 '다시 천연물로 돌아가야 한다! (Return to Natural Product!)'라는 특집으로, 표지가 다루어지면서 다시 한번 천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분자생물학과 유기합성을 통해 개발된 후보물질들이 혈액, 골수 등에 큰 영향을 미치며 임상 3상의 벽을 넘지 못해 피로도가 쌓인 시기기도 하다. 여기에 포도 껍질에 다량 함유되어 있다고 알려진 라즈베라트롤이 암 예방 효과가 탁월하다는 논문이 사이언스에 실리며 다시 천연물 연구에 투자가 본격화됐다.

오랫동안 천연물 연구를 했던 양 교수에게도 러브콜이 쏟아졌다. 서울아산생명과학연구소 전통의학연구실의 초대연구자로 활동했고, KIST가 천연물 집중 연구를 위해 강릉분원을 세우면서 양 교수를 스카웃, 그곳에서 본격 연구를 시작했다.

천연물 연구 30여 년간 그는 현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천연물을 대상으로 소재를 탐색하고 연구했다. 특히 천연물 소재를 A~Z까지 분석하고 치료제로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도 힘썼다. 그중 하나가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단장 이도헌) 사업 지원을 받아 추진 중인 전통천연물 성분과 생리활성을 초고속으로 분석하는 iHTac(Integrated High Throughput High Affinity Chromatography) 통합 시스템이다.

천연물 화합물 분석 어렵다? iHTac 통합 시스템으로 원스톱 처리

“천연물 속에 수십 가지 화합물이 들어있어요. 이걸 다 분리하려면 엄청난 시간, 연구비 그리고 노동이 필요합니다. 여러 시스템을 통합해 단시간 내에 성분분석과 활성 탐색이 가능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에는 많은 천연물이 존재한다. 천연물 속에는 여러 화합물이 숨어있어 모든 천연물을 일일이 탐색해 치료제로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

양 교수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방면 분석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보고 2012년부터 iHTac 통합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성분분리시스템과 생리활성탐색시스템 등을 통합 운영할 수 있어 하루 최대 1만 개의 시료효능 검색이 가능하다. 또 필요한 성분을 분리 및 정제해 이미지 처리 기반 다중세포기능을 평가하고 활성 물질을 찾아낼 수 있다. 이렇게 분석된 내용은 동의보감 소재 천연라이브러리에 구축되고 관리된다.

양현옥 교수팀에서 연구 중인 천연물 시료의 샘플.

실제로 양 교수팀은 시스템을 통해 소청룡탕으로부터 총 26개 순수 화합물을 분리해 구조를 밝히고 항염증 효능을 검증했다. 항암 신규 표적으로 MAT2A기능을 규명하고(서울대 강건욱교수 연구팀), 항 스트레스 효능을 갖는 건강 기능성 조성물을 찾았다. 또 독성성분을 제거한 세신 추출물의 제조방법 등을 밝혀내기도 했다.

양 교수는 “호흡기와 아토피에 좋은 전통천연물 성분도 이 시스템을 통해 빠르게 찾아낼 수 있었다. 해당 천연물은 의약품 개발을 목표로 기업과 활발히 논의 중”이라며 “이 시스템은 현재 KIST에 설치돼있다. 국내 천연물 관련 연구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되어 있으니 관심 갖고 활용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천연물 연구하는 이유? 건강한 삶···“실용화 중점 연구하겠다”

양 교수는 천연물 연구 30여 년 동안 한가지 목표를 향해 달렸다. 실용화다. 전통천연물의 효능을 최신의 과학적인 방법으로 검증하고, 그 천연물이 함유하고 있는 유효성분을 정제 및 단리하여 화학 구조를 규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동물실험 수준에서 효과입증, 독성실험까지 수행하여, 세포 수준부터 활성 기전까지 밝히는 천연물 연구에 관한 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실험을 하는 이유도 실용화를 위해서다.

실제로 양 교수팀은 매년 굵직한 성과를 성공적으로 기업에 이전하며 상용화를 함께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천연물 소재 Brain-AP가 있다. 파킨슨 질환 개선 효과 및 인지기능 개선과 치매 예방 효과를 확인하고 기업에 기술이전 했다. 현재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선급기술료만 3억 원을 받았다.

이 외에 제주 자생식물인 제주상사화 추출물에서 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을 억제하는 효과를 규명해 메디헬프라인에 기술을 이전했고, 참빗살나무에서 인지 개선 효과를 확인해 KT&G에 기술이전 했다. 지난해에는 백출과 배초향에서 피로 개선과 운동 향상기능을 확인해 기술이전 완료했다.

그는 “천연물은 응용학문이다. 결국,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논문 발표보다 기업이 관심 갖고 상용화될 수 있어야 한다는데 방점을 두고 연구한다”며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논문 발표는 과학자로서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작업이므로 특허 확보 후 논문으로 발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앞으로도 실용화에 중심을 두고 천연물 소재 탐색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1년 전 세종대로 자리를 옮겨 '(가칭)천연물소재 융복합연구소' 설립 추진을 맡고 있다. BT, IT뿐 아니라 호텔관광학부 등 다양한 연구자들과 함께 전혀 다른 콘셉트의 연구 방법을 모색·추진해 전 세계 천연물 연구를 선도하는 것이 목표다.

양현옥 교수팀은 천연물 연구 및 상용화를 통해 인류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