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에 참여 중인 안전성평가연구소 분자독성연구그룹 오정화 박사팀.
알츠하이머와 암 등을 비롯해 전세계에선 인류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신약 개발 소식을 접하며 자주 듣는 단어 중 하나는 ‘임상시험’이다. 새로운 치료제가 정말로 치료효과가 있는지, 효과적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투약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임상실험을 진행할 순 없다. 인간에게 실험하기에 앞서 동물에게 실험하고, 또 그 이전에는 해당 약물에 ‘독성’이 있는지 검사하는 ‘비임상시험’ 단계가 존재한다. 즉 치료효과 이전에 안전성이 우선이란 뜻이다.
단 한 방울만으로도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화합물. 안전성평가연구소 분자독성연구그룹 오정화 박사는 새로운 천연물 유래 치료제가 안전하게 사회에 나올 수 있는 독성평가를 책임지고 있다.
독성의 유무?! 독성 작용기전을 이해하라
오정화 박사팀은 2016년 12월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 제 5중 과제 4세부에 참여해 연구를 수행 중이다. 주 연구분야는 독성평가. 치료제 후보물질 발굴이나 바이오마커 기술 개발 같은 치료 중점이 아닌 독성평가를 통한 안전성 평가와 확보가 오 박사팀의 역할이다.
오 박사는 “천연물을 이용해 다양한 원천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모든 천연물이 안전한 것은 아니다”라며 “천연물을 안전하게 적용하기 위해선 독성평가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정화 박사팀이 참여 중인 제 5중 과제 4세부의 수행과제. 연구팀은 천연물의 독성 작용기전 연구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며, 시험법 개발을 통해 국제 기준 마련에 나서고 있다.
연구팀의 주요 연구는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독성의 작용기전을 분석해 대체독성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치료제의 치료 작용기전이 있듯 독성 역시 독성 작용기전이 존재한다. 즉 독성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근본적인 과정을 분석하는 것이다.
과거 독성평가는 단순 독성의 유무만을 판단해 전달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동물실험에서 안전했던 성분이 실제 인체에선 독성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존재했다. 또 일반적인 상황에선 안전하다가 특정 환경에서 독성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오 박사는 “단순한 독성 유무가 아닌 독성의 작용기전을 분석함으로써 잠재적인 독성 유발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라며 “작용기전 특성에 따라 연구의 방향 및 방법을 수정할 수 있도록 조율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대체독성평가기술’이다. 독성평가도 결국 실험을 통해 결과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인체에는 실험할 수 없다. 즉 인체 내 반응을 세포, 조직 등을 간접적으로 구현해 실험하는 것이 대체독성평가 기술이다.
연구팀은 간독성을 평가할 수 있는 대체독성평가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인체의 독성을 분자, 세포, 조직 단계별로 핵심기전을 도출하고 기전 간의 상호관계를 제시하는 독성발현경로 (Adverse Outcome Pathways, AOP) 기술을 적용하여 간독성을 평가하고자 한다. 독성기전을 모니터링 할수 있는 세포주 및 3차원 간세포 모델을 이용하여 세포와 조직에서의 간독성을 통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오 박사는 “천연물은 알려지지 않은 성분이 많을뿐더러, 복합성분이다 보니 작용기전 역시 다양해 분석에 어려움이 있다”라며 “현재는 많은 물질 위주로 분석하고 있지만, 데이터를 쌓아가며 작용기전에 따른 영향을 분석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오정화 박사는 치료효능에 앞서 독성평가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성평가의 실용화···‘독성평가기준’을 세우다
연구팀의 두 번째 주요연구로는 독성평가 시험법 개발에 있다. 실제 제품으로 생산되는 실용화와 달리 독성평가 분야에 있어 실용화는 바로 시험법 개발이다.
시험법은 특정한 물질의 독성을 평가하는 일종의 ‘기준’이다. 평가 순서와 방법, 시간, 환경 등을 모두 체계화시켜 하나의 기준을 만듦으로써 이후 같은 물질의 독성평가에도 동일한 기준으로 신뢰성있는 결과를 얻는 것이다.
하지만 기준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오 박사는 “신약개발에도 10년이 걸리는 것처럼 시험법 역시 오랜 시간이 걸린다”라며 “아무리 쉬운 기술이어도 OECD에 통용되는 시험법을 만드는데 평균 10년이 걸리고, 특성화된 기준에 맞춘 ISO 국제표준시험범도 평균 5년이 소요된다”라고 말했다.
시험법은 먼저 과학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디자인되고 관련 과학자 집단의 심사 및 동의가 있어야 신규 시험법의 의제로 선정이 된다. 시험법을 제정하는 국제 기구인 OECD와 ISO에 의제로 승인된 후 제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관성 및 재현성등의 평가가 이뤄진다.
이러한 일련의 심의과정을 통해 시험법 프로토콜이 제정되고 국제 조화활동을 통해 실험실간 상호 검증 단계를 거친 후 최종 시험법으로 승인이 된다. 시험법 한 줄 한 줄을 쌓기 위한 긴 시간과의 싸움인 것이다.
연구팀은 현재 간독성평가와 관련된 두 가지 시험법을 준비하고 있다. 간염증반응 관련 시험법은 초기 건의 단계에 있으며, 인지질 관련 시험법은 착수단계다.
오 박사는 “실질적으로 사업단의 과업기간 내에 시험법을 개발하는 건 무리가 있지만 향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시험법 개발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가야할 길은 멀지만 이 두 개의 시험법이 향후 우리나라 국제적인 시험법 개발 라인에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구팀은 단순 치료 효능 중심의 연구가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천연물 유래 관련기술을 선도하고 있다”라며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독성 연구도 필수적이기에 앞으로도 호흡을 맞춰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뜻을 전했다.
연구팀은 시험법 개발을 통해 천연물 유래물질의 국제기준 확보를 목표로 과제를 수행 중이다.